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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운우지정(雲雨之情)

작성일 : 2024.03.27 12:49 수정일 : 2024.03.27 13:09

작성자 : 임세기

남녀 간의 육체적 사랑을 가장 시적으로 표현한 시인이 김삿갓인데 그의 시를 감상해 보자.

과거급제를 하여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가 과거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시험 답안지 내용이 본인의 할아버지 김익손을 비판한 글임을 알게 된 김삿갓은 사표를 던지고 유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조상을 욕보인 자로서 하늘의 태양을 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김삿갓은 삿갓을 쓰고 시를 읊으면서 전국 방랑으로 숙식을 해결하면서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황해도 주막집에 들른 김삿갓은 가련이라는 해어화(解語花:기생)을 만나게 되었고 술상 앞에서 가련과 운우지정을 나누고자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가련의 이름으로 시를 지었다.

김삿갓의 작업멘트

名之可憐色可憐(명지가련색가련)
이름도 가련인데 얼굴도 가련하구나!

可憐之心亦可憐(가련지심역가련)
가련이의 마음 또한 가련하구나!

이에 당시의 기생도 시에 강한지라 가련이 또한 시로서 화답을 하였다.
爲爲不厭更爲爲(위위불염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서 또 하고 하고
不爲不爲更爲爲(불위불위갱위위)

하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하고 하고 완곡한 승낙으로 받아들인 김삿갓은 술상을 물리고 한 판의 운우지 정을 나누었다.

사랑을 만끽한 김삿갓은 모든 남자가 그러하듯 사랑을 하고 난 뒤에 다시 차린 술상 앞에서 남자의 특유의 빈정거림으로 또 한 편의 시를 읊었다.

毛深內闊(모심내활)하니
털은 깊고 속은 광활하니

必過他人(필과타인)이라
어떤 사나이가 지나갔구나!

글을 꽤나 알고 뭇 남성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여 사랑을 받쳤더니 결
국은 자연의 이치도 모르는 보통의 남자라고 여긴 가련이도 한 편의 시
로 대구하였다.

溪邊楊柳不雨長(계변양유불우장)하고
시냇가에 있는 버들나무는 비가 오지 않아도 절로 자라고

後園黃栗不蜂圻(후원황율불봉기)라
뒤뜰에 있는 누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벌어진다.

이 시를 들은 김삿갓은 글 좀 안다고 전국을 다니면서 시를 읊고 무전 걸식을 한 본인이 부끄럽고 한 기생보다도 못한 본인의 모습이 초라함 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가련이와 작별의 시를 읊었다.

可憐門前別可憐(가련문전별가련)
가련이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可憐行客尤可憐(가련행객우가련)
가련한 나그네가 더욱 가련하구나!

可憐莫惜可憐去(가련막석가련거)
가련아! 가련한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마라

可憐不忘歸可憐(가련불망귀가련)
가련을 잊지 않았다가 가련에게 다시 오리

이 작별 시를 남기고 황해도부터 전라남도 화순까지 곡기를 끊고 7일 간 걸은 김삿갓은 그곳에서 운명을 달리하였다.

2년 후 둘째 아들 김익균이 수소문 끝에 부친 시신을 수습하여 강원도 영월 고향에 안장하였으며 지금도 영월에 가면 24시간‘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가 구슬프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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