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12.23 11:08 수정일 : 2024.12.23 11:14
작성자 : 오석진 박사(행복교육이음공동체 대표/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대학은 이미 방학에 들었고 우리 대전의 초.중.고등학교도 각 학교별로 곧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2024년 갑진년 한 해도 이제 일주일 여 밖에 남지 않은 연말을 맞아 송년모임을 하는 자리에서 파안대소(破顔大笑) 하면서도 마음 한 쪽으로는 그리 편하지 않았던 사례를 소개한다.
교육계를 퇴직하신 분이 초등학교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했는데 아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대전시내 외곽의 변두리 지역을 지나다 보면 '사고다발지역(事故多發地域)'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는데 '사고다발지역' 이라는 뜻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아이들 답변은 "사고가 다발로 일어나는 곳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의미는 같은데 '사고 많은 곳'이라 하면 될 것을 굳이 '다발(多發)'이란 한자어로 쓴 표지판을 세워 놓았을까?
어른들은 요즘 학생들은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문해력(文解力)은 글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단어 자체의 뜻부터 어린이에게는 더 쉽지 않다.
한국교총이 최근 전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조사'에서 5천848명의 교원 중 무려 92%가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 조사가 아니더라도 실제 교단에서는 단어를 설명하느라 진도를 못 나가고, 문제조차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학생들도 부지기수라니 놀랄 정도다.
코미디같은 얘기일지 몰라도 '금일'을 금요일로 아는가 하면, '족보'를 족발보쌈세트의 준말로, 로, '두발 자유화'를 두 다리가 자유로운 것으로 이해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 데 왜 가로등이냐?'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 도시냐?'는 질문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 국어 시간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하는 교사가 욕(시발)을 했다고 오해하거나, 나라의 대표 도시인 '수도'의 뜻을 모르거나 고교생이 '혈연', '풍력'의 뜻을 모르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 중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을 꼽는다.
더구나 실제 맞춤법도 모른 채 스마트폰 준말이나 초성을 마구 사용하는 경향으로 책까지 읽지 않는다.
여기다 자녀들에게는 핸드폰을 그만 보라고 하면서도 어른들은 종일 끼고 있거나, 년간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면?
어른이나 아이 모두 스마트폰 중독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게 우리 현실이다.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사고력과 창의력 등은 모두 문해력으로, 어른들이 먼저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따라 읽기 때문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강 작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오픈 런을 하고, 예약 대기를 걸어가며 책을 잔뜩 사놓고 읽지 않으면 '책'은 한낱 '돌'로 전락할 뿐이다.
올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이번 겨울방학부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 문해력이라는 단어도 나올 수 없도록 옛 말 회상되도록, 지혜의 샘인 '책'을 내 곁에 친구로 두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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