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진 교육학박사의 ‘교육의 感’

오석진 교육학박사의 ‘교육의 感’

초등학교 체험학습 후폭풍,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작성일 : 2025.03.07 14:53 수정일 : 2025.03.07 17:01

오석진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봄이 되면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가 소풍과 현장체험 학습이다.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교육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법원이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교사들의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 부담으로 체험학습 위축
대전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올해 체험학습 일정을 수립했지만, 법원 판결 이후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체험학습을 진행하더라도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장소로 한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책임 부담 때문이다.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 초등학생이 체험학습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은 보조 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인솔 교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은 체험학습 중 사고 발생 시, 인솔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이는 교사들 사이에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혼란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코로나 19로 인해 수년간 정상적인 체험학습이 중단되었다가 이제야 재개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체험학습 축소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그동안 노란버스법 등 각종 규제로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이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교사들이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아예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체험학습은 단순한 외부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그러나 교사들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체험학습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 필요
체험학습을 유지하면서도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안한다.

첫째, 교원의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체험학습 중 불가피한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과도하게 묻지 않도록 법적 면책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계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과실 여부를 신중히 따지는 것처럼, 교육계에서도 교사의 고의적 과실이 없는 경우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인력 지원 및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체험학습 시 보조 인력을 늘리고, 안전관리 담당 교사와 인솔교사의 역할을 분리하여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 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학교 및 교육청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체험학습 시 안전관리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체험학습 장소에 대한 사전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체험학습을 지속 가능한 교육 활동으로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체험학습을 사라지게 할 뿐이다.

교육청과 정부가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안전한 체험학습 환경을 조성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배울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교사들이 안심하고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당국의 책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