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4.15 09:12

오석진 행복교육이음공동체 대표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괴정고 교장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업 중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학생을 교사가 지적하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교실 집기를 부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몸의 상처보다 더 깊게 남았을 마음의 상처는, 아마 오랜 시간 치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교사는 다가오는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차라리 그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씁쓸한 위로를 삼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건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과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더불어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후 대처 매뉴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은 예전부터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한 바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초등교사노조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도 69%가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에 찬성하거나 매우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스마트기기 중독과 과의존 예방(54.2%), 수업 집중도 향상(52.6%) 등이 꼽혔습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는 ‘디지털 쉼표(digital pause)’라는 정책을 도입해 약 200개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학생들은 등교 시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맡기고, 하교할 때 다시 찾는 방식입니다. 뉴질랜드와 벨기에 등도 교내 사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교육청에서 ‘교내 휴대전화 사용 자유화’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휴대전화 사용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의 생활지도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관련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휴대전화는 ‘삐삐’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많은 편리함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분명 해가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클래식 공연장처럼 조용해야 할 공간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두듯, 학교에서도 학생 스스로 상황에 맞는 사용 에티켓을 지키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실질적인 규정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교사나 학부모만의 바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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