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5.21 10:37 수정일 : 2025.05.21 10:40
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김완하
뻐꾹새 한 마리가
쓰러진 산을 일으켜 깨울 때가 있다
억수장마에 검게 타버린 솔숲
둥치 부러진 오리목,
칡덩굴 황토에 쓸리고
계곡물 바위에 뒤엉킬 때
산길 끊겨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저 가파른 비탈길 쓰러지며 넘어와
온 산을 휘감았다 풀고
풀었다 다시 휘감는 뻐꾹새 울음
낭자하게 파헤쳐진 산의 심장에
생피를 토해내며
한 마리 젖은 뻐꾹새가
무너진 산을 추슬러
바로 세울 때가 있다
그 울음소리에
달맞이 꽃잎이 파르르 떨고
드러난 풀뿌리 흙내 맡을 때
소나무 가지에 한 점 뻐꾹새는
산의 심장에 자신을 묻는다
[작품 해설]
여름 장마 휩쓸자 산은 온통 물소리로 가득 찼다. 산비탈 무너져 시뻘건 황토에 칡덩굴 쓸리고 소나무숲은 물에 흠뻑 취했다. 잠시 후 가장 먼저 뻐꾹새가 울었다. 뻐꾹새 소리로 녹초가 된 산을 추스르자 산은 생기를 되찾고 기지개 켜며 또 하나의 산으로 태어났다.
[김완하]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집 우물 』 『마정리 집』 등.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대전시문화상, 충남시협본상, 제1회 대전예술인상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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