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6.09 11:37 수정일 : 2025.07.07 10:14
그늘 속의 그늘
어느 날 나무는 뿌리가 궁금했다
귀를 조아려 땅 밑 뿌리에 이파리를 모았다
뿌리는 또 하늘 소리에 관심이 쏠렸다
구름 부딪는 소리 별빛 부서지는 소리
그제야 뿌리와 우듬지 사이 한없이 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무는 뿌리를 향해 온 몸으로 흔들어보았다
어떤 소리도 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우듬지는 뿌리 위로 그늘을 쏟았다
그때부터 이 세상 그늘에는 또 한 겹의 짙은 그늘이 깔려 있다
[작품 해설]
나무는 어느날 백년을 살아도 자신의 뿌리와 우듬지가 닿을 수 없는 먼 거리라는 걸 알게 되느니. 우리도 결국 그림자 통해 뿌리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영혼의 떨림으로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가장 깊게 만날 수 있으니. 그걸 일러 우리들 진정한 사랑이라 하는 것이다.
[김완하]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집 우물 』 『마정리 집』 등.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대전시문화상, 충남시협본상, 제1회 대전예술인상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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