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7.29 09:49

오석진
전) 대전광역시교육청 교육국장
현) 배재대학교 대외협력 교수
예전에는 담임을 맡지 않으면 교사로서 허전했고, 소속감도 부족하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마다 출석을 부르며 아이들과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시간엔 함께 급식을 먹으며 웃음을 나누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과 복도를 거닐던 그 시절의 담임은 단순한 직책을 넘어 ‘한 반의 부모’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정규 교사가 휴직했을 때, 그 공백을 메우는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이면 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현실은 우리 교육의 중요한 경고음이다. 왜 교사들이 담임을 외면하게 된 것일까?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등교사들의 담임 포기 사례는 최근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를 단순한 책임 회피나 개인 성향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그 이면에는 과중한 업무, 예측 불가능한 민원, 학교폭력 문제, 교권 침해 등으로 얼룩진 교사들의 고단한 일상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교사는 단순히 ‘수업 잘하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담사, 위기 중재자, 행정 실무자, 법률 해석자, 때로는 SNS 감정노동자까지 겸해야 한다.
그런데도 교원 양성대학의 커리큘럼은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담 과목은 2학점에 불과하고, 교육 실습은 4주라는 짧은 기간에 모든 걸 경험해야 한다. 이는 예비교사들이 현장 적응력을 갖추기엔 턱없이 부족한 준비다.
현장에 나온 초임 교사들은 ‘상담’과 ‘생활지도’, 그리고 복잡한 민원 대응에 직면하면서 점차 담임 업무를 꺼리게 된다. 그 피로감은 일정 연차 이상이 된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전이된다. 담임 기피는 결국 교직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읽히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 교원 양성기관은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 개편이 시급하다. 학교폭력 대응, 정서 상담, 학부모 소통 등 실질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담임 업무에 대한 행정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서적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전문 인력(상담사, 복지사 등)과의 협업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교사에 대한 존중 문화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 한 명이 한 학급의 삶을 책임지는 그 무게를 이해하고, 사회 전체가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우리는 담임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아이들과의 교감이 삶의 보람이었고, 교사 자신도 담임으로 해야 할 역할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담임이 교사의 소진을 재촉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담임이란 말이 다시 ‘보람’으로 불릴 수 있도록, 이제는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교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교사가 건강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우리 교육의 내일도 건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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