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8.20 11:42 수정일 : 2025.08.21 15:34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전공 후 두메산골(?) 강원도 강릉방송국으로 첫 발령 받아 근무하던 지난 50년 전인 70년대 중반! 지금은 시골버스도 에어컨이 빵빵(?) 나오지만, 당시는 버스에 선풍기만 달려 있어도 서비스 최고였던 시대였다.

지금은 ‘시스템 에어컨’이라는 멋진(?) 말로 일컫는 천장에 달린 에어컨에 ‘무음에어컨’이 자태를 뽐내지만, 50년 전에는 소리도 시끄러운 벽걸이 에어컨이 있는 가정은 재벌(?)로 어깨를 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김일 박치기 프로레슬링’을 구경하려면 만화책방에 가서 일정 수량의 만화를 봐야 주인이 ‘텔레비전 시청 딱지’를 주기 때문에 이를 모아서 시청한 시대였다.
김일 선수의 앞이마 박치기로 일본 선수는 유혈이 낭자했지만, 당시에는 흑백 텔레비전으로 혈흔 색깔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텔레비전을 본다는 것이 따봉이었다.
서울의 가정들도 텔레비전이 거의 없는데 시골 강원도에서 에어컨을 찾으려면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도 더 어려웠다.

그러나, 50여 년 전에도 에어컨이 가동되던 곳이 방송국이다.
“여기서 잠깐!” 방송국이면 지금처럼 모든 건물 내부 곳곳이 냉방되는 것과 달리 당시에는 방송이 송출되는 ‘주조종실’과 ‘녹음실’, ‘사장실’ 등 단, 세 곳만 에어컨이 달려 있을 정도.
그런데 이 벽걸이 에어컨이 소음이 커, 생방송 중 아나운서나 기자가 내레이션 할 때는 시끄러워 잠시 껐다가, 음악이나 광고가 송출될 때는 재빨리 다시 에어컨 앞으로 가 스위치를 누른다.
당시에는 텔레비전이나 에어컨을 끄고 켜는 리모컨이 없어, 기기에 부착된 보턴을 직접 눌러야 할 때로, 불편하지만 시원함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흘에 한 번씩 돌아오는 숙직일은 방송국에서 잤기 때문에 에어컨 사랑으로 오히려 즐겁다.
올해 같은 극한 더위에 좁은 하숙방에서 잠을 설치는 것보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송국 숙직이 ‘바캉스’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은 현재 24시간 종일방송이지만 50년 전에는 아침 6시 애국가 송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만 정규 방송(정부에서 전력절감 운동)을 했기 때문에 방송만 종료되면 에어컨은 나의 점유물로 에어컨 밑에서 ‘꿀잠’을 잔다.
그런데 ‘에어컨 사랑’ 직원이 많아, 숙직이 아닌데도 늦은 시간만 되면 주조종실에 몰려든다.
주(酒)님을 받들어 한 잔 걸친 선배부터 “나 여기서 자고 갈테니 신경쓰지마!”라고 말한 후 카페트가 깔린 스튜디오 바닥(청소를 거의 안 해 바닥이 오염)에 눕는 선배!
당시에는 졸짜 시절로, 에어컨 밑에서 선배들이 주무시겠다니 내 자리를 뺏기는데도 어쩌겠는가?
밤 11시 마감뉴스 생방송을 앞둔 무렵, 선배는 이미 스튜디오 바닥에 사무실 의자 방석까지 갖다가 베개로 삼고 취침 중이어서 선배를 방치(?)한 채 뉴스 생방송이 시작된다.

“마감 뉴스입니다. 휴일인 오늘 경포대 해수욕장에는 30만명의 피서객이....(중략)”...........
뉴스 시작 2분여가 지났을까? 얌전히 주무시던 선배가 코를 골기 시작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 내레이션 하면서 발을 뻗어, 코를 고는 선배를 ‘툭툭’ 칠 수 밖에.........
효과가 있었는지 멈추지만, 다시 코골이 재방(?)이 시작돼 또 발로 치는 연속으로 ‘코골이’에 신경을 쓰느라 어떤 내용을 청취자에게 전달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
밤 11시 넘어 ‘코골이’ 소리가 내레이션과 믹스가 되면서 밤 11시 넘어 방송을 들었던 청취자는 이 소리가 “아파트 위층이나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인가?”라고 착각하지 않았을까?
음주 손님이 택시를 타고 눈을 감고 갔다면, 방송을 듣던 택시 운전기사는 코골이 범인(?)이 라디오인지도 모르고 손님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하늘 같은(?) 선배를 몇 번씩이나 발로 찬 후배가 대한민국 방송국에 또 있을까? 그 선배는 이 사실도 모른 채 이미 하늘의 별이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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