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9.11 17:21
매미의 무덤
지상에서의 며칠 삶을 위해
매미는 수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
땅에서 부활하는 순간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매미는 자기 죽음에 대한 조상弔喪으로
스스로 울다 최후를 맞는다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바로 자신의 무덤이다
이듬해 나무는
매미의 주검을 파먹고
이파리 줄창 자라나
무성한 그림자로 한 여름을 덮는다
<작품 해설>
여름내 매미는 스스로 울다 최후를 맞이하느니. 그가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자신의 무덤이다. 귀를 찢는 울음소리 속에 서서히 쇠의 성질이 옅어지더니. 끝내 그 소리통 다 비어버릴 즈음 여름은 바닥나는 것. 그러니 매미는 그 장렬한 죽음으로 가을을 온통 물들여 다음 해 봄과 여름을 확실히 예정해 두는 것이다.
<김완하>
-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눈발』 외 4편으로 등단
-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집 우물』, 『마정리 집』 등
- 소월시문학상우수상, 시와시학상, 대전시문화상, 충남시협상, 제1회 대전예술인대상 등 수상
- 시 전문 계간지 『시와정신』 발행인 겸 편집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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