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교수의 방송 전설

박붕준 교수의 방송 전설

설 특집 방송 ‘한복 하의 실종’

작성일 : 2026.02.13 13:18 수정일 : 2026.02.13 13:43

설 명절을 앞두고 오늘 오후부터 본격 귀성이 시작된다.

방송국들은 지금쯤이면 ‘생방송 뉴스’를 제외한 설 연휴 동안 방송될 다양한 ‘설 특집 프로그램’ 녹화 제작을 대부분 끝냈을 때다. 

방송국도 평상시와 달리, 근무자가 돌아가면서 설 연휴를 쉬고, 연휴 기간 근무자는 설 특집 임시편성표(일일드라마 정규 프로그램은 불방)에 맞춰 녹화한 테이프를 틀기만(?) 하면 된다. 

설 명절 기간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주조정실 현업자와 사건사고를 주로 취재할 보도국 기자 등 필수 인력만 제외하고는 ‘방 콕!’이다. 

설 명절 기간 방송국은 음악 프로그램 등 공개 녹화방송이 없어 방청객도 오지 않고, 내부 카페나 구내식당도 문을 닫아 山寺처럼 적막함이 감돈다.

따라서 설 연휴에 출근해도 평소와 달리 일반인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옷 치장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텔레비전 화면에는 연예인 등 출연자들이 어김없이 한복을 입고 나와 화면을 장식할 것이다. 

거의 30여 년 전에도 설 당일만큼은 한복을 입고 뉴스를 진행해야 폼(?)이 난다고 해서 뉴스 앵커도 연예인처럼 한복을 입고 뉴스를 진행할 때!

설날 아침, 출근 전 집에서 한복을 챙겨 입다 보니 발목부터 가슴까지 뭐가 이렇게 묶는 것이 많은지...... 

이에 귀찮아 저고리만 입고 출근하기로 한다.

뉴스룸에 앉아 생방송을 해도 얼굴과 상체만 화면에 나오니 굳이 하의는 안 입어도 시청자들이 모를 테니까!

청바지에 상의는 한복을 걸친 채 방송국에 도착, 평소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편리한 슬리퍼까지 신고 뉴스 내레이션을 위해 뉴스룸에 들어간다. 

뉴스 생방송이 시작된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까치 까치 설날은 가고 오늘은 우리 우리 설날입니다”라는 오프닝 멘트로 시작한다. 

시청자 지인 중에는 ‘오! 박 기자가 오늘은 웬일로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었네!’라고 생각할 뿐, 슬리퍼에 하의는 청바지 차림이라는 것은 전혀 모를 터......

엉터리 한복 차림인데도 TV 화면에는 보이지 않으니 시청자들은 당연히 단아한 한복을 차려입었을 것으로 알 수밖에 없다.

만약, 평소 예능 프로그램처럼 뉴스 앵커가 “오늘 뉴스는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가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본다면? 

그러나 그날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일어나면 한복 하의 실종이 들통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