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교수의 방송 전설

박붕준 교수의 방송 전설

[장기 기획] 짜고 치는 '고스톱' 생방송?

작성일 : 2024.02.07 13:20 수정일 : 2024.02.22 23:30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20세 이하)이 열리고 있다. 

1차전에서 우승 후보 프랑스를 잡은 우리 선수들의 활약에 열성 축구팬들은 새벽에도 밤잠을 설치며 중계방송을 시청하면서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의 선호도에 따라 TV 채널을 선택하기도 한다.

옛날 아나운서(6-70년대는 '스포츠 캐스터'라는 용어가 생소)들은 경기 상황을 보고 선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쉴 틈 없이 따발총(?) 쏘는 식으로 말을 쏟아냈다면, 요즘은 해설자와 정담(?)을 나누면서 점잖게 대화하듯 중계하는 포맷으로 바뀌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사진=폴리도르 레코드 캡쳐]


88 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가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 88올림픽 공식 주제가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매일 울려 퍼진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됐던 대한민국에서 사상 첫 올림픽이 열려 TV나 라디오를 켜면 온통 올림픽 뉴스로 TV 화면이 도배(?)되었던 시절! 

물론, 지금도 올림픽 기간 금메달을 따면 TV뉴스 헤드라인 톱으로 편집되고 '재탕&삼탕(?)'(재방송) 하지만, 그 당시 금메달이면 방송사에서 '100탕&200탕' 재방송에도 "그만 좀 내 보내!" 하고 항의하는 국민들도 거의 없었다. 
 


[사진=국가기록원 캡쳐]


지금처럼 인터넷, SNS가 있었다면 방송사가 시청자 눈치라도 봤을 텐데...

재방송이 밥 먹듯 이어지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채널 시대가 아닌 단 두 개의 방송국(SBS는 91년 말 개국)밖에 없어, 재탕 방송을 보기 싫으면 TV를 끌 수밖에...

두 방송국은 내 평생에 언제 또 한국에서 다시 개최될지 모르는 올림픽(이후 35년간 개최 없음)의 시청률 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새로운 작전(?)에 나선다.

우선 1호 작전은,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경기를 끝낸 후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나올 때 방송장이가 선수 힘든 것과 상관없이 다가가 인터뷰를 먼저 하는 것! 
(현재는 '프레스센터나 인터뷰 존'에서 선수가 올 때까지 방송장이가 오히려 대기함)  
그렇지만 두 방송국 방송장이들의 생각이 일치해,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인터뷰 내용이 당연히 같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방송에서 생각해 낸 것이 금메달 선수 인터뷰는 차별성이 없으니, 특정 선수가 결승에 오르면 가족이나 친척을 찾아가 해당 선수에 대해 온갖 잡다한 뒷얘기를 담은 '현대판 장화홍련전'을 만드는 것.
 


[사진=e영상역사관 캡쳐]


개인 종목 경기(例- 레슬링 유도 역도 등)는 구기 종목과 달리, 당일 토너먼트 경기로 결승까지 이어져 메달이 결정되면서, 가족 인터뷰를 사전 제작해 놓고 금메달을 따는 즉시 바로 생방송처럼 송출한다는 작전!      

당시 방송장이들은 미드(미국 드라마) 명탐정인 코난과 몽크도 아니면서 금메달이 기대되는 선수의 가족과 사돈, 팔촌, 이웃, 선수의 단골 식당 주인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선수의 지인 색출 작전(?)을 전개, 귀신같이 찾는다. 

그런데 질문 내용이 웃기는 자(짜)장면이다.

[방송장이]- "어머니! 아들이 금메달을 땄는데 정말 기쁘시죠?"
[어머니]- "네? 아직 결승전 경기 안 했는데 왜 기뻐유우!"
 
[방송장이]- "아드님(따님)이 금메달 땄다고 생각하고 밝게 웃으면서 길게 말씀해 주세요!"
[어머니]-"아이고! 마이크 때문에 떨려서 못하고요! 그리고 시합(경기)도 안 했는데 어떻게 금 딴 것처럼 얘기해요? 미리 떠들면 복 떨어져 금메달 못 따유우!"

애걸복걸, 겨우 설득해 한숨 돌리려니, 이젠 카메라 보면 떨려서 인터뷰를 못하겠다고 한다.

결국, 종이에다 인터뷰 답변 내용을 적어주고 그대로 읽어달라고 애걸한다.

쓰여있는 인터뷰 답변 내용은 이렇다.
"아이고 정말 기분이 좋아유! (중간 생략) 김치 먹고 금메달 땄네유! 대한민국 만세에유!" 

배우처럼 자연스럽게, 자식이 금메달 따 기쁜 표정으로 말해야 하는데 아직 경기도 하기 전이니 감정이 없어, 내레이션이 어색해 수차례 NG를 낸 것은 당연! 

방송장이는,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동네 농악대까지 섭외, '막걸리 파티'까지 연출하면서 동네가 온통 축제 분위기라는 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 제작을 강행(?) 한다.

타 방송사보다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사기성(?) 기획 인터뷰?

사실, 상당수 국민들은 현장에서 오프닝 후 녹화 테이프를 트니 현장 생방송인 줄 오인할 수밖에...
방송사는 금메달이 확정되면 바로 사전 녹화한 인터뷰를 틀어(?) 특종을 자랑(?)하려고 했을 텐데, 지금은 35년 전처럼 금메달 따기 전에 '기쁘다!'고 사전 제작하려는 방송사도 없을뿐더러 선수는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는 정도(正道)의 시대가 되었다.

35년 전 당시 시청자가 뒤늦게 지금 이 사실을 알았다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헐! 에이! 쯧쯧... 미친... (말 없음 표) ㅋㅋㅋ'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현재, 대전교통방송 '박붕준 교수의 대전토크'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