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2.07 13:23 수정일 : 2024.02.22 23:30

올 장마가 시작됐다.
특히 여름방학, 휴가철에는 바캉스 계획으로 정확한 날씨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기상청이 발표하는 날씨 예보의 장마 전망에도 변동성은 항상 존재한다.
비의 정체전선 위치를 결정하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를 두고 수치예보 모델들이 내놓은 예측치 간 편차가 남북으로 무려 600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범위가 넓다.
600킬로미터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거리보다 더 길다.

기상청이 아무리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보유했어도 하늘이 협조(?) 해주지 않으면, 옛날처럼 예보가 종종 틀리기도 한다.
옛날엔 날씨 오보가 잦아 오죽했으면 그 당시 언론사에서 기상청 명칭을 '청개구리청'이라고 비아냥 거렸을까!
이처럼 기상청 예보가 틀리면 기상청에서 보도자료를 받아 전달하는 방송국 예보도 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리 경력이 많고 노하우가 쌓여도 방송 기자나 아나운서는 사전 녹화가 아닌 '생방송' 진행의 스트레스는 떨쳐버릴 수 없다.
TV 녹화나 라디오 녹음 방송은 진행 중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NG를 내고 다시 할 수 있지만 생방송 중 이미 뱉은(?) 말은 복구 불능이어서 방송 초짜(?)에게는 생방송을 맡기지 않는다.
방송 대본과 큐시트(방송 진행순서)대로 생방송을 하지만 언제든지 생각지도 못한 방송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방송 중 남자 진행자 의자가 내려가는 사고
더욱이 생방송은 진행자가 다음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특히 후 CM 광고 분량이 많으면 초(秒)까지 계산하면서 클로징 멘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방송은 언제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마철 비가 내리면서 습도가 높아 덥다는 내용의 아나운서 뉴스 내레이션이 되고 있는데, 화면 영상은 엉뚱하게 한 겨울 옷차림에 추위에 떠는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이 같은 방송사고는 오늘 촬영한 장면이 아니라, 자료(방송국 보관 영상) 화면을 온에어 했기 때문으로 영상 담당이 촬영 시제를 확인하지 않고 게으름(?)을 핀 이유다.
여름철 강이나 바다에서의 수영 익사사고도 수영 미숙보다는 자신의 수영 실력을 믿고 물에 뛰어든 사람들 피해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방송 경력이 많으면 방송 사고 시 즉흥적인 애드리브(ad lib)로 순간을 모면하기도 한다.
생방송 중에 "방송에 차질을 빚은 점, 시청자 여러분의 넓으신 양해 바랍니다"
그러나, '초짜'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생방송 시 원고 보고 내레이션 하기에 급급, 화면을 보지 못하면 사과 멘트도 날리지(?) 못한 채 방송을 끝내기도 한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저거 방송사고 아냐? 왜 아무 말도 없어?"하면서 "에이!" 하며 채널을 돌린다.
40여 년 전, 그날 저녁 300밀리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던 날!
지금은 수많은 방송매체나 인터넷, SNS를 통해 수시로 재해 속보를 알지만, 40여 년 전 당시에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외에는 속보를 접할 매체가 없었다.
당시에는 단 두 곳의 TV(KBS. MBC) 방송사만 있던 때로, 두 방송은 경쟁하듯 <24시간 재해특별생방송>이라는 타이틀로 정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특별 방송을 편성한다.
물 많은 곳(주로 바다나 강가)에 당시에는 꽤나 비싼 외제 중계차를 온종일 박아(?) 놓고 기자나 아나운서를 24시간 상주(?) 시켜 수시로 강우량과 피해 등을 생방송(?) 한다.
두 방송국은 서로 피곤해 상대방이 먼저 종일방송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청자들이 편히(?) 주무시는 새벽 시간에도 방송을 이어간다.
서울의 메인 앵커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찍고..."

유행가 노래 가사처럼 중계차를 보유한 전국의 몇 곳 안되는 부자(?) 방송국을 순서대로 부른다.
한 번 순서가 지나가면 한 두 시간 후에야 다시 순서가 돌아온다.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을 때라 기상청에 강우량을 문의하기 위해서는 인근 공중전화나 상점, 방송국으로 가야 하지만 지금과 달리 새벽에는 편의점이라는 문구도 생소하고 일반 상점이 문을 닫고 자가용도 귀해 방송국까지 가기가 수월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어떻게 하랴! 새벽에도 방송하느라 배는 고프고... 잠도 전혀 잘 수 없고...
"날씨를 전해드립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땅에 물이 고이고,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흔들리겠습니다. 그리고 비를 맞으면 옷이 젖겠습니다"
이런 코미디 같은 방송 멘트를 하면 편할 텐데...

기상청에 계속 알아보는 것이 귀찮아(?) 비 오는 하늘을 보고 잠시 사이비 기상청 통보관이 되자는 솔로몬의 지혜(?)를 생각해 낸다.
즉, 빗방울 소리와 양, 천둥 번개를 보고 종전 방송했던 몇 시 현재 강우량에, 대강 플러스해 폭우면 시간당 10밀리? 빗방울이면 1밀리? 이런 방식으로 강우량을 늘려 잡는다.
새벽 3시면 지금도 시청률이 아마 0%대이지만, 수해 특별생방송은 해야 하고...
비 맞으며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보다 아주 편한(?) 스튜디오의 앵커가 부른다.
"대전천 나가있는 000기자 나와주세요! 정말 고생 많으시네요!"

"네 기자가 나와있는 이곳은 지금 어쩌고저쩌고..."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려, 조금 전 대강 부풀려 적어놓은 방송용 원고지 위에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보고 리포트 하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해 기자는 글자가 잘 보이게 하려고 사인펜으로 쓸 때!
그러나 종이에 쓴 엉터리 강우량(?) 숫자가 빗물로 여기저기 퍼져나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생방송을 중단할 수도 없고 애드리브를 할 수밖에!
신문 활자와 달리 방송은 멘트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용기를 얻어 방송사고를 퇴치(?) 한다.
"우리 대전 충남지방은 어디가 몇 밀리로 가장 많이 내렸고(사실은 몇 시간 전 방송했던 최고 강우량 지역부터 원고에 나열되어 있음) 다음으로 어쩌고저쩌고..."
몇 시간 전 강우량이 가장 많은 지역부터 마지막 적은 지역까지 공평한(?) 순서대로 불만이 없도록(?) 일정한 강우량을 플러스, 방송한 것!
생방송을 사고 없이(?) 멋지게(?) 끝내고 방송 원고를 본 중계차 선배 말씀!
"아니 이렇게 비 때문에 강우량 글씨가 다 퍼졌는데 어떻게 알아보고 방송을 했어? 대단하네! 멋쟁이!"
40여 년 전 혹시 새벽 3-4시에 보신 시청자 님, 죄송합니다. 꾸벅! 꾸벅!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현재, 대전교통방송 '박붕준 교수의 대전토크'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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