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2.07 13:27 수정일 : 2024.02.22 23:30

8월 첫 주부터 2주 동안은 휴가의 절정기다.
8월 첫날 전남 화순의 낮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고 대전도 36도 가까운 가마솥 더위로 올 들어 최고 기온을 보였다. 정부가 4년 만에 폭염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발령할 정도였다.
오는 10일, 절기상 '말복'을 알아차린(?) 하늘이 '말복 전야제'로 뜨거운 기운만 내려보내는 것이 아닐까?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방학이 시작되는 8월 첫 주부터 2주일 사이에 여름휴가를 가장 많이 즐긴다고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이미 시청률 올리기 경쟁하듯 감정적인(?) 타이틀로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방송 타이틀 명은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피서지!'
상대 방송국은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가 봐야 할 피서지'의 '가 봐야' 앞에 한 글자를 더 추가한다. '꼭!'
하여튼 절정인 피서철을 맞아 각 방송국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피서는 우리 지역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방송이 송출되는 취재 구역 관내 피서지와 계곡을 소개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계곡의 물이 쏟아지는 화면과 경쾌한 배경 음악은 덤이고, 아나운서나 리포터들의 해당 피서지에 대한 찬사는 언어유희 그 자체다.
이 화면을 보고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으랴!
TV 화면에는 리포터가 무릉계곡에 발을 담그면서 내레이션을 시작한다.
(물에 발을 담는 과정에 움직이기 때문에 수없이 NG가 불가피/ 시청자는 편집해 모름)
"아이고 차가워! 도시가 지금 35도라는데 여긴 춥습니다.(정말인지는 확인 불가) 어떤 왕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이곳은 왕과 왕비도 부럽지 않습니다. 무릉계곡이 바로 여깁니다"

광고도 아닌 선전에 가깝도록 유혹하는데 이 화면을 보고 다녀온 시청자들도 수없이 많을 터...
또 다른 리포터의 내레이션!
"이곳은 거의 알려지지 않아 가족단위 피서지로 적격입니다"
손으로 현장을 가리키며 "쓰레기도 없는 청정지역, 물속에는 고기들이 노닐고... 새소리가 음악처럼 울립니다"
실제 TV 화면에도 울창한 숲과 계곡의 맑은 물, 고목에서는 새들이 보인다.

더구나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니 가족 피서지로 얼마나 좋은가?
스튜디오 진행자는 방송 전 미리 짜 놓고서(?) 아닌 척 맞장구를 친다.
"두 곳 다 정말 가고싶 은 피서지네요! 저도 한 번 꼭 가 봐야겠네요!"(말로만...)
그런데 방송 송출을 위한 현장 녹화를 모두 끝내고 철수 준비를 하는데 피서객들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어? 방송도 안 나갔는데(송출) 사람들이 많네!"
해답은 제작진이 촬영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피서객들이 없는 새벽 시간에 찾은 것.
조용한 피서지라고 소개하는데 사람이 많으면 안되니까...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카메라 짐을 싸는데 인산인해로 변신하고 숲 사이로 음식물 쓰레기도 널려 있다.

방송 화면으로는 보기 싫은 것들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기획취재는 말 그대로 기획으로 '조용한 피서지'라는 콘셉트에 맞게 사람이 없는 평일에 그것도 이른 새벽 현장을 취재하기 때문이다.
가보고 싶게, 멋있게, 깨끗한 현장에만 카메라를 들이(?)댄다.
산 정상에서부터 카메라 '줌 아웃'(초점 거리 변화)에 계곡물의 송사리와 새까지 엑스트라(?) 역할을 하니 취재한 스태프들이 봐도 금상첨화다.
이 멋진 영상에 '물 반 사람 반' 모습과 '쓰레기'가 편집됐다면?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이 영상처럼 세계 최고의 언덕일까?
전두환 정권 시절, 북한이 건설 중이던 '금강산댐 수문을 열면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고 일일드라마처럼 방송했다.
서울의 63빌딩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영상까지...

공포에 떤 국민들은 살기 위해(?) 북한 금강산 댐 대응을 위한 '평화의 댐'을 건설한다는 방송을 보고 돼지 저금통까지 깨서 성금을 낸다.
상당수가 위험을 부풀린 '뻥' 이었다.
요즘도 텔레비전의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의 '뻥' 은 옛날과 차이가 있을 뿐 여전하다.
그런데도 이처럼 '뻥' 방송을 알고 보면서도 일부 홈쇼핑 방송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그러려니!' 이해(?) 하시는 넘 착한(?) 시청자가 많으시다.
이에 반해 각본도 없이 생방송 중 불쑥 터져 나오는 방송사고도 수없이 많다.
지난 6월 집중호우 시 채널A TV 방송에서 여기자가 비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비를 맞고 방송하는 기자, 여성 기자가 측은해 보였는지 길가던 행인이 갑자기 들이닥쳐(?) 우산을 씌워준 것.

생방송 중 어쩔 수 없는 방송사고였지만 시청자 반응은 예상외였다.
난입(?)을 못 막은 방송사를 탓한 것이 아닌 비를 맞으며 방송하는 여기자를 애틋하게 여겨 우산을 받쳐 준 행인에게 '착한 아저씨'라고 불러준 것이다.
방송은 이렇듯이 언제나 계절이나 특정일에 맞춰 기획취재가 불가피, 각본이 필요할 때가 많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가 언제나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현재, 대전교통방송 '박붕준 교수의 대전토크'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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