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교수의 방송 전설

박붕준 교수의 방송 전설

[장기기획]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추석 특집'

작성일 : 2024.02.07 13:34 수정일 : 2024.02.07 14:47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달 27일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될 것이다. 

추석 연휴에는 사업장도 가동을 멈추고 신문도 발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국은 '추석 특집 프로그램'과 '스포츠 빅 이벤트 생중계'로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오히려 더 바쁘기만 하다.

기자는 추석 당일 자신의 조상 산소는 관심이 없고(?) 남의 가정 차례와 성묘객을 취재한다. 

그렇지만 방송국도 추석명절 때는 각 부서마다 최소 근무조를 편성해 운 좋게 빠지면(?) 10월 2일 임시공휴일로 늘어난 '꿀맛 연휴'를 즐기는 조상의 복을 받은 방송인도 있다. 

거의 50년 전 사건! 

방송국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추석 때 쉴 것에 대비, 녹화나 녹음 후 '송출용 테이프'만 주조종실에 던지고(?) '랄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명절을 만끽하던 때!
 


매일 생방송을 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명절 기간 즐기려고 2〜3일분을 한꺼번에 녹음한다.

평소에는 날씨가 좋다느니, 현재 기온은 몇 도라느니 생방송이라는 것을 자랑하지만 녹음 방송은 금물이다.

기상청 날씨 예보 믿고 생방송인척 날씨 멘트했다가 틀리면 대책 난망이기 때문이다.    

녹음 때 '큐' 사인이 들어오면 "수고 하십니다. 0월 0일 방송될 000입니다"라는 식으로 '테이프 사인' 멘트를 한다. 

방송 송출 전, 엔지니어가 해당 프로그램인지, 제 날짜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주조종실 엔니지어는 송출 전 해당 프로그램의 '테이프 사인'을 들어보고 확인 후 이 멘트 녹음 부분을 흘려보낸 후 시그널 뮤직(프로그램 시작 첫 음악) 첫 부분이 나오면 정지시킨 후 방송 시작 시간이 되면 바로 '온 에어' 플레이 시키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녹음 때 첫 멘트를 하다가 목이 잠겨 NG를 두 번 냈던 것이 화근!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뮤직' 전 오프닝에서 NG를 내 다시 한 것이다.

"수고하십니다" 그리고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 NG 내서 미안해요! 선배님" 그리고 "0월 0일 방송될 000(프로그램 제목)입니다"라고 멘트한다. (어차피 이 부분은 흘려보내 송출이 안 되니까)

그러나 한 번 NG가 나 두 번을 한 '테이프 사인' 중 앞의 NG를 당연히 삭제해야 했지만 깜빡하고 그냥 엔지니어에게 넘긴 것!
 


엔지니어가 '테이프 사인' 멘트를 듣고 시그널 음악이 나올 때까지 확인했더라도 방송 사고가 나지 않았을 텐데 제대로 듣지 않고 테이프 사인 끝 멘트만 듣고 프로그램 시그널 음악이 나오는 줄 알고 테이프 시작에 맞춰놨다가 송출한 것.

지금 시각 0시 0분입니다. 아나운서 콜 사인 후 바로 녹음테이프가 플레이 된다.

다시 녹음한 대로 방송이 송출되기 시작한다.

"수고하십니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 NG 내서 미안해요 선배님! 0월 0일 방송될 000입니다"라는 맨트가 송출된 후에야 정상 방송이 시작된다. 

당시 라디오 방송을 듣던 청취자는 혹시 "추석특집이니 이렇게 재미있게 하나 봐?" 

70년 대 중반에는 전화기 보급은 물론, 인터넷이나 휴대폰, SNS라는 용어조차 생소해 청취자 항의조차 없던 시대였으니 청취자들은 혼자 생각하고 이해할 때?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