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무덤
매미의 무덤지상에서의 며칠 삶을 위해매미는 수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땅에서 부활하는 순간곧...
매미의 무덤지상에서의 며칠 삶을 위해매미는 수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땅에서 부활하는 순간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매미는 자기 죽음에 대한 조상弔喪으로스스로 울다 최후를 맞는다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바로 자신의 무덤이다이듬해 나무는매미의 주검을 파먹고이파리 줄창 자라나무성한 그림자로 한 여름을 덮는다여름내 매미는 스스로 울다...
2025.09.11
휘파람을 불자
휘파람을 불자 길을 걷다 문득삶이 내 어깨에 기대어조용히 울고 있는 날이 있다그럴 땐 휘파...
휘파람을 불자 길을 걷다 문득삶이 내 어깨에 기대어조용히 울고 있는 날이 있다그럴 땐 휘파람을 불자말보다 앞서가는 소리눈물보다 먼저 피어나는 숨결휘파람은 침묵의 끝에서 터지는 작은 기도다아무도 듣지 못한 마음의 골목세상 끝 벼랑에 핀 들꽃에게 그 작은 소리가 봄이 되어 다가간다희망은 커다란 약속이 아니라한번 불어 보는 가...
2025.08.27
내 몸에 그늘이 들다
내 몸에 그늘이 들다햇살 속 걷다가큰 나무 그늘에 들었다나무는 나를 품고 생기가 돈다그대가...
내 몸에 그늘이 들다햇살 속 걷다가큰 나무 그늘에 들었다나무는 나를 품고 생기가 돈다그대가 드리운 사랑의 심연출렁이는 파도 속에하늘 걸려 있다숲은 적요하다그늘 속 가지를 뻗고이파리 묻으며 자란다작은 풀잎까지 가까이 불러 그늘을 키운다그늘이 내 몸속에 들어온다내가 그늘 속에 뒤섞인다나무는 햇살과 그늘을 두고허공을 끌어안는다...
2025.08.21
Kiss
kiss너라는 길이 나로 이어지는 골목대문 열리는 소리 들릴 때마다무릎을 세워겹쳐지는 그림...
kiss너라는 길이 나로 이어지는 골목대문 열리는 소리 들릴 때마다무릎을 세워겹쳐지는 그림자를 따라간다초록 입술로 웃으면 흔들리는 가지 끝에새가 잠시 머물다 갔다공중에서 깃털 하나가 느리게 떨어진다좁은 골목마다 네가 숨 쉰다. 바람도, 빛도 너를 향한다. 초록 입술이 열리면 심장은 문턱을 넘어 달려가고 무릎은 기도처럼 세...
2025.08.18
고백
고백 정년 퇴임한 친구가 말한다직장에 출근할 때보다어떻게 백수가 더 바쁘다고어제는 평생학습...
고백 정년 퇴임한 친구가 말한다직장에 출근할 때보다어떻게 백수가 더 바쁘다고어제는 평생학습관에서 기타를 쳤고오늘은 장구 치러 주민 쎈터로 내일은 수요일 등산 가는 날다음 날은 사진 찍으러 다음다음 날은 몸만들기 댄스 댄스틈틈이 봉사활동도 하고산과 들로 나가서풀꽃들과 바람의 친구가 된다평생 시계추 같은 생활 속에서나를 가둬...
2025.08.14
수석
수석바람의 너스레를 견뎌 내거나 비의 집적임을 피해 다니거나 햇볕의 간섭에 지쳤을 때쯤 저...
수석바람의 너스레를 견뎌 내거나 비의 집적임을 피해 다니거나 햇볕의 간섭에 지쳤을 때쯤 저 돌덩이 첫 미소가 좌대였다 그을리고 생채기 많은 피부굽은 허리 펼 새 없이 깎이고 채이던 울 아버지 한 번의 미소는 영정사진이었다 가난하고 굴곡진 삶의 무게를 견뎌내느라 고생만 하시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아버지. 자상함과 인...
2025.08.11
시골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골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가철아들 가족은 바다로, 딸네 가족은 산으로 훌훌 떠나고 잘 다...
시골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가철아들 가족은 바다로, 딸네 가족은 산으로 훌훌 떠나고 잘 다녀오거라, 말이 뒤늦게혼자 있는 방에서 울렸다가슴 한편이 휑한 것 같아 친구한테 전화 걸어 안부를 묻다가“우리도 어디 갈까, 그냥”기다려온 듯 어서 오라는 듯시골집 마당에 내려앉은 오후 햇살개울에 던져둔 통발 속...
2025.08.07
물소리
물소리간밤 물길이 내고 지운 소리들모두 다 산속으로 가 있다물소리는물푸레나무 잎마다 둥지를...
물소리간밤 물길이 내고 지운 소리들모두 다 산속으로 가 있다물소리는물푸레나무 잎마다 둥지를 틀고산뽕나무 줄기에거미줄 치고 이슬을 걸었다숲길 걷다 보면물은 왜 흐르며 소리를 내는지물은 왜 소리를 따라가는지물소리 속으로 걸어가면소리만 가고 길은 남아나무와 풀의 잎맥이 되어 눕는다내 발자국 위에 다시 길을 내며어둠 속 물소리 ...
2025.08.04
당신의 계절
당신의 계절*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적당히 떨어진 네 개의 테이블이봄, 여름, 가을, 겨울 ...
당신의 계절*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적당히 떨어진 네 개의 테이블이봄, 여름, 가을, 겨울 나무를 닮은 곳창 너머로 서성이는 연두 이파리를 보는 게 좋았다꺼진 골목을 어떻게든 켜보려고붉은 벽돌 아래 기다림을 걸어둔 곳살다 보면 살아지는 걸까살다 보면 사라지는 걸까도산서원 가는 오르막길 한쪽에 간판이 지워진 카페가 꿈인지 잠...
2025.07.31
햇살
햇살 정동 골목을 빠져나와할아버지가 끌고 가는 손수레 위의 빈 종이 박스그 위에 할아버지의...
햇살 정동 골목을 빠져나와할아버지가 끌고 가는 손수레 위의 빈 종이 박스그 위에 할아버지의 햇살이 모여 있다날마다 슈퍼마켓 안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면할아버지는 그냥 배가 부르다파지 공장으로 가는 고물상에서오늘도 6800원의 알찬 땀방울을 하얀 봉투 속에 담아 오는할아버지의 입가엔 행복한 미소벌써 5년째 누워 있다는아내의...
2025.07.29
너랑 살다 보니
너랑 살다 보니 장모님이 사준 애장품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 언니가 물려준 기타를 배우기도 ...
너랑 살다 보니 장모님이 사준 애장품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 언니가 물려준 기타를 배우기도 하고 봄볕 우러나는 꽃차 한잔하며 음악을 자주 듣고 청치마 청재킷이 잘 어울리던 아내 몸짓은 다소곳 말과 웃음소리엔 수줍음 배어 보호본능을 자극했던 아내가 커피 탈 때 스푼 젓는 일 청소기 밀고 다니는 일 운전할 때 핸들 꺾는 일 문...
2025.07.24
비, 신록 위에 내리는 詩
비, 신록 위에 내리는 詩 산과 들에는 봄의 행간이 있다묵은 계절의 갈피가 넘겨지고새롭게 ...
비, 신록 위에 내리는 詩 산과 들에는 봄의 행간이 있다묵은 계절의 갈피가 넘겨지고새롭게 펼쳐지는 여백,빗줄기의 운필이 능숙하게 이어진다잎맥마다 번지는 연초록그건 단순한 색이 아니라뿌리에서 길어 올린 문장이다비는 물이 아니다구름의 사유가 번져 내는한 줄 또 한 줄의 사색이다돌 틈의 이름 없는 풀꽃들,그 무명들이 또렷한 비...
2025.07.21
물
물 길 따라 흐르며 그 길 가득 채우는또 하나의 길시간과 하나 되는 물이여절대 뒤돌아서지 ...
물 길 따라 흐르며 그 길 가득 채우는또 하나의 길시간과 하나 되는 물이여절대 뒤돌아서지 않는, 길이여길 위로 흐르면서 이미 길이 아닌하나의 길을 비워내다시 길을 여는 저 물의 길진정한 길은 흐르면서 이미 길이 아닌 것이다. 장마철의 물은 길을 비워 다시 길을 연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난리는 인간이 물의 길을 막고 물의...
2025.07.17
낮달
낮달 견고해 보이는 바다에서홀로 노를 젓는다물결 따라 움직이는마음을 쓰다가마음이 쓰인다붓 ...
낮달 견고해 보이는 바다에서홀로 노를 젓는다물결 따라 움직이는마음을 쓰다가마음이 쓰인다붓 자국이 선명하다파란 인주로 음각 도장 찍듯지지 않을 흉터가 생겼다적힌 대로 살지 않는큰언니라는 책큰언니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꿈꾸던 삶을 접고 이른 나이에 사회로 나섰다. 세상이라는 견고한 바다 위를 묵묵히 노 저으며 누구보다 조용히...
2025.07.14
능소화 꽃이 피면
능소화 꽃이 피면 누가 그토록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을까무슨 말을 하고 싶어 수줍게 고개 ...
능소화 꽃이 피면 누가 그토록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을까무슨 말을 하고 싶어 수줍게 고개 숙이고 있을까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마음 하나 주려고꽃잎 위에 앉은 고운 햇살 살며시 쥐여 주려고바람은 꽃잎을 흔들고내 마음은 바람을 흔드네누가 알까 부끄러워남몰래 담장을 타고 넘는데언제부터 그 자리나를 기다리고 있었더냐그냥 얼굴만...
2025.07.10
그 말인즉슨
그 말인즉슨 그때 한낮 말 울음소리가 치마폭을 뛰어다녔다 여름은 정지에서 태어났다 햇볕에 ...
그 말인즉슨 그때 한낮 말 울음소리가 치마폭을 뛰어다녔다 여름은 정지에서 태어났다 햇볕에 삭은 밀짚모자 부뚜막에 앉아 미역국을 들이켰다 말이 좋다고 좋은 말이라며 온 동네 말 잔치에 울 엄니 벌겋게 익은 들일로 말값을 셈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 말을 허리에 둘렀다 벼락 천불이 나도 풀지 않던 말 나는 지금껏 울 엄니 허리...
2025.07.07
장마의 서시
장마의 서시 -여름은 장마를 품어야 완성된다 먼 남쪽 바다의 열기가 기압골을 어루만질 무렵...
장마의 서시 -여름은 장마를 품어야 완성된다 먼 남쪽 바다의 열기가 기압골을 어루만질 무렵여름은 푸른 잎맥들 사이에서 뜨거워지고 있었다벼랑 끝에서 핀 해가 지평선 위로 여명을 드리우면멀리 먹구름 아래로 장마가 천천히 밀려온다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된 수순처럼 서로를 피하지 않는다여름은 장마를 받아들이고 장마는 여름 속에 잠긴...
2025.07.03
역방향
역방향 마주 보고 가지만그대 눈동자에 실려 간다나의 시야가 닿는 곳은그대 머물다 간풀과 꽃...
역방향 마주 보고 가지만그대 눈동자에 실려 간다나의 시야가 닿는 곳은그대 머물다 간풀과 꽃과 나무다그대의 시선저편 능선을 넘어가다음 계절에 가 닿아도나는 아직 땅에 눕기 전꽃잎의 떨림에 멈추어 있다그대가 비운 그리움이여내가 머무는 이 가파른 시간은어느 누구의 기다림인가스쳐간 시간의 어느 끝자락인가그대와 마주 보고 가지만나...
2025.06.30
오늘의 맛
오늘의 맛토마토를 먹는다 과즙이 툭, 터질 때 할머니가 허리 구부리던 밭 냄새가 난다 이랑...
오늘의 맛토마토를 먹는다 과즙이 툭, 터질 때 할머니가 허리 구부리던 밭 냄새가 난다 이랑과 이랑 사이 그늘에 숨어 들어가 익은 것과 익지 않은 것을 보면서 붉게 물들다 곧 떨어져 나갈 빈자리를 생각했다과일이 먹고 싶으면 냉장고 문을 열지 않았다가지에 매달린 미지근한 토마토를 땄다밑으로 수박이 뒹굴고옆으로 불쑥 참외가 보...
2025.06.26
풀꽃이 되어
풀꽃이 되어희고 작은 풀꽃이 되어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면햇살 한 줌 내려 와친구가 된다노랗고...
풀꽃이 되어희고 작은 풀꽃이 되어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면햇살 한 줌 내려 와친구가 된다노랗고 작은 꽃잎들이바람에 날리면지나던 벌과 나비들은 꽃술 속에 취해 있다잎이 지면 꽃씨로 여물어날아 갈 준비를 하고바람과 비와 햇살 속에서성숙 된 내 영혼들은 지나던 길손들에게어떤 것들을 줄 수 있을까한 줄기 빛으로 다가 갈 수 있을까오...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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